피부질환이 생겼을 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약 중 하나는 스테로이드제이다. 스테로이드가 널리 쓰이는 이유는 그만큼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뛰어난 항염증 효과로 아토피, 두드러기, 습진 등의 피부질환뿐 아니라 천식, 류마티스 관절염, 돌발성 난청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실제 아토피나 습진 같은 질환의 초기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증상을 효과적으로 잡아준다.
문제는 오남용이다.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사소한 염증에도 효과가 눈에 보이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가 늘고 있다. 평소 피부에 아무 문제가 없던 경우라도 스테로이드 오남용으로 인해 피부염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주요 증상은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 장벽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안면홍조, 피부위축, 접촉성 피부염, 여드름과 같은 증상이다. 그중 스테로이드의 가장 큰 부작용은 스테로이드를 끊었을 때 나타나는 반동현상이다. 스테로이드를 중단함과 동시에 피부 병변이 급속도로 퍼지거나 진물이 생기는 등 갑작스레 피부염이 심하게 악화하는 것을 말한다.
스테로이드의 반동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스테로이드의 치료기전을 이해하면 알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본래 부신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 분비되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을 하는데, 스테로이드제는 이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외부에서 투여할 경우 부신은 제 기능을 깜빡 잊고 생산능력이 점차 저하되는데 이때 갑자기 스테로이드 공급을 중단하면 체내의 스테로이드가 고갈되면서 반동현상 및 각종 부작용을 겪게 된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겪게 되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를 다시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의료진을 찾아 철저한 지시하에 스테로이드를 줄여나가야 한다. 무턱대고 스테로이드를 끊었다가 감염이 오고 진물이 나는 등 예상치 못한 반동현상을 겪게 되면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실제 임상에서 만나는 스테로이드 부작용 환자들은 외적인 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이때 스테로이드를 줄이며 나타나는 일련의 부작용들을 최대한 상쇄시키고 순조롭게 스테로이드를 끊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약의 역할이다. 스테로이드로 인해 한동안 억제되어 있던 면역반응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것에 대비해 식이요법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치료기간은 스테로이드를 써온 기간과 양에 비례하는 편이다. 단기간에 회복을 바라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치료하다 보면 비로소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스테로이드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회복될 수 있다.